커피 즐기며 할 말하는 소신파 일꾼
커피 즐기며 할 말하는 소신파 일꾼
  • 이석건
  • 승인 2015.12.1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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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사람!] 정 보 덕 진천읍 읍내리 7구 이장


친구들과 유년시절 기억하며 백사천 추억
마을 입장 전달하며 지역 발전위해 노력

▲ 스스로를 고지식한 노인이라고 말하는 정보덕 읍내리7구 이장이 옛 전통시장에서 사진촬영을 했다.
▲ 스스로를 고지식한 노인이라고 말하는 정보덕 읍내리7구 이장이 옛 전통시장에서 사진촬영을 했다.



멀리서 은빛 머리카락을 하늘거리며 곧게 허리를 펴고 걸어오는 당당한 모습, 작지 않은 체구에 건강한 걸음걸이, 정보덕(69) 이장이다. 벌써 8년째 진천읍 읍내리 7구 이장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작은 발걸음으로 지역 살피고, 지나가는 마을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대화하는 모습이 언제나 똑 부러진다. 마을 살림을 살뜰히 챙기고 주민들과 정을 나누며 신뢰감으로 마을의 일들을 풀어 가는 정 이장, 그는 늘 담백한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기고 해야 할 말을 다 하는 일꾼으로 유명하다. 읍내리 7구에서 태어나 군대 생활 3년 빼고 객지 생활을 해 본적이 없는 정보덕 이장에게 추억이 담긴 백사천에 대해 들었다.


유년 시절 추억 '백사천'
정 이장은 진천 읍내의 변화를 보고 자랐다. 한국전쟁 휴전 이듬해 1954년 장산초등학교(48회 졸업생)에 입학했다. 외국에서 원조를 받은 분유 한 컵과 강냉이 가루가 급식으로 나왔지만 항상 배고 고팠던 시절이었다. 간식거리가 없었고, 군것질 거리가 없었던 시기였지만 친구들과 백사천에서 물놀이 하던 추억들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는 친구들과 술 한 잔을 나누며 백사천에서 뛰어 놀던 유년 시절을 추억할 때가 많다. 그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릴 때 뛰어놀던 백사천의 반짝이는 물결이 그때 느꼈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며 “지난 추억을 가슴으로 기억하는 백사천이 곧 유년시절의 마음과 같다”고 회상했다.

그의 기억에 백사천은 물이 맑아 뛰어 놀다 목이 마르면 식수로 마실 만큼 깨끗한 하천에 머무른다. 어릴 때 약속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모여 장난감을 만들고, 친구들과 함께 뛰놀던 골목에서 그는 자연스럽게 단합과 협동심을 배우고 친구들과 우정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는 “함께 뛰어 놀며 땀 흘리고, 백사천에서 물놀이를 같이 했던 친구들이 지금은 함께 백발이 되어 가고 있다”며 “70년대 만 해도 백사천은 마을 사람들의 소통의 장이었다”고 했다. 진천을 가로지르는 하천으로 어머니는 빨래를 하고 김장 배추를 씻던 곳, 아이들은 물놀이를 하고 고운 모래밭을 발로 뛰어다니던 곳, 그가 기억하는 백사천이다.


전통시장 고층 건물 절대 안돼
그는 지난 10일 옛 전통시장 이전지 공청회 때 고층과 주상복합은 주민들이나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토론회를 통해 복지적인 문제와 미래세대에 대한 부분에서 많은 부분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 주민들은 이전지에 대해 크게 요구하지 않는다. 주민들과 세대 간의 격차 없이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이 필요하다”며 “이전지에 생활하는 원 주민들이 주상복합이나 고층 시설이 들어서면 위화감을 느끼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없는 사람 쫓아내고 재개발하는 것은 명분상 맞지 않다”는 그는 “주민들은 경제적인 문제도 함께 걸려 있어 위화감을 주는 주상복합이나 고층의 건축물을 반대하고 있다”고 주민의 입장을 강하게 전했다.

그는 8년 동안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주민들의 신뢰 때문이라고 한다. “이장을 얼마나 더 할지 모르지만, 주민들과 얼굴을 마주보고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정 이장은 “이장의 역할이 마을 살림을 잘 관리하는 것이지만 주민들과 의사소통도 중요한 역할이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함께 가지고 마을 꾸려 나가지만 부락기금이나 마을을 부지가 없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을 짓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읍내리 7구 어르신들은 가까이 있는 보건소가 있는 복지회관이나 노인회관으로 가서 휴식과 문화생활을 해결하고 있다.


매일 걸으며 건강 유지
정 이장은 “이제 인생을 마무리하는 시기다. 건강을 잘 챙기고 자식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잘 마무리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돌아보면 자식들을 엄하게 키웠고 그러다 보니 다른 아버지들처럼 자식들에게 잔정이 많지 않다. 그는 “고지식하게 자식들을 키웠고 그것이 후회스럽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잘 큰 자식들에게 도리어 큰 고마움을 느낀다”고 했다.

정 이장은 매일 걸어 다니며 마을 곳곳을 살핀다. 걷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는 생각이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학교 운동장에서 철봉이나 축구 등을 하면서 배고픈 시절을 잘 견뎌 아직 건강에는 자신이 있다”며 “또 부모님이 건강하게 잘 낳아 주셨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나이가 들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힘들어 지는 것은 사실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늙었다고, 춥다고, 집안에 있으면 없는 병도 생긴다”며 건강에 대한 소신을 말했다. 또 그는 “하루 몇 잔씩 마시는 커피도 마음에 안정을 주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며 커피 예찬론도 잊지 않았다.

적당히 타협을 하지 못한다는 정이장, 그는 스스로를 '입바른 소리 잘하는 고지식한 노인'이라며 웃었다. 할 말은 하고 넘어가는 소신파로 주목받는 정 이장, 그의 쓴 소리가 지역을 발전시킬 거란 믿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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