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랑하고 일에 충실한 ‘요즘 남자’
가족 사랑하고 일에 충실한 ‘요즘 남자’
  • 이혜민
  • 승인 2016.05.04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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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지 원 진천군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

노동부 공무원 거쳐 선관위서 10년 근무
“선거는 시작과 끝이 분명한 프로젝트”

▲ 언제 불려나가 짐을 옮겨야할 지 몰라 편한 차림을 즐기는 박지원 계장이 진천군선관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언제 불려나가 짐을 옮겨야할 지 몰라 편한 차림을 즐기는 박지원 계장이 진천군선관위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선관위 공무원'하면 떠오를 법한 깐깐함은 간데 없다. 따뜻한 미소와 온화한 표정은 매일같이 아이들 어리광을 받아주던 기자의 초등학교 선생님을 떠올리게 했다. 아니나다를까, 부인이 중학교 교사란다. 늘 긍정적인 마인드와 원활한 일 처리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항상 편하게 해준다는 평을 듣고 있는 박지원(44) 진천군 선거관리위원회 관리계장, 그를 만나 선관위공무원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가족 위해 선관위로 전입 결정

박지원 계장의 고향은 충남 부여로 고향에서 초·중·고교를 졸업했다. 건양대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대전지방노동청에서 노동부 소속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노동부 일은 사정이 어려운 사업장(고용주)과 실직자가 대상입니다. 일은 많았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게 보람이 컸습니다”라고 그는 회상했다.

그렇게 노동부 일에 보람을 느끼던 그가 선관위 공무원으로 전입하게 된 것은 가족 때문이었다. 당시 갓 결혼한 부인은 노동부 공무원으로 매일 늦게까지 바쁘게 뛰어다녀야 하는 그가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길 원했는데, 이동이 가능한 직무분야가 선거관리위원회였기 때문이었다. “제가 노동부 일을 워낙 즐겁게 했기 때문에 아내가 지금도 미안해 합니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서 후회하지 않습니다”라는 그는 그야말로 패밀리맨(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아 보였다.

그렇게 선관위로 전입한 것이 2005년이었다. 그후 그는 경기도 양평 선관위와 충주, 보은, 청주 흥덕을 거쳐 진천에서는 2014년부터 근무하고 있다.

선거 없는해도 선거 업무에 매진

기자가 선관위에 대해 가장 궁금했던 것은 '선거가 없을 때 선관위는 뭘 하나?'였다. 그 질문에 박 계장은 “선거 준비를 합니다”라고 다소 맥 빠지는 대답을 했다. 그는 “선거는 매번 다릅니다. 선거법이나 제도도 조금씩 바뀌구요. 내용이 어렵고 복잡하기 때문에 바뀔 때마다 미리 연구해서 숙지해 놓지 않으면 선거지도나 관리를 할 수 없지요. 그리고 지난 선거에 대한 보고서나 자료를 만드는 작업들도 있고요, 정보 공개라든가 정치권에서 요청한다든가 하는 일이 있어서요”라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비로소 이해가 됐다. 내년 대선 같은 경우 연초부터 준비가 시작된다고.

그에게 선관위 업무의 매력을 물었다. “선관위 일은 시작과 끝이 분명합니다. 선거 하나하나가 일종의 프로젝트죠. 선거 준비부터 시작해서 서서히 업무를 조율하고 선거 사무원들을 교육하고 후보자 등록이 시작되고 선거운동이 진행되며 선거 당일 날 최고조에 이릅니다. 개표까지 무사히 마치고 나면 일이 끝나죠. 물론 보고서 작성이 남아있지만요”라며 그가 웃었다.

그는 선거가 있을 때는 거의 한달 간을 매일같이 10~11시에야 퇴근한다. 그런 매일이 쌓여 선거 당일은 긴장과 함께 피로도 역시 극도에 달한다. “투표를 6시부터 시작하기 위해 새벽 5시쯤에 출근하거든요. 그런 상태로 업무가 이어지고, 문제가 생기면 안되니까 긴장감을 늦추면 안됩니다”라는 그는 “지친 상태에서 극도로 긴장해서 직원들이 굉장히 예민해진다. 가끔 선관위 직원 불친절하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다 그런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라며 유권자들의 양해를 구했다.

“4.13 선거 그 어느 때보다 힘들었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거는 2014년 지방선거이다. 지방선거는 뽑는 사람이 많고 그만큼 후보자도 많기 때문에 선관위 업무 중에서도 힘든 일로 손꼽힌다. “선관위 업무는 자체적인 것보다는 외부 협조를 받아 함께 진행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진천에서는 군청이나 유관기관에서 협조를 잘 해주셔서 일이 굉장히 매끄럽게 진행됐습니다. 거의 제가 계획한 대로 진행이 되니 신기할 정도로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수월하게 치른 지방선거가 없었기 때문에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그런데 그는 이번 총선과 진천군수 재선거가 지방선거보다 힘들었다. “특별히 애먹이는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왠지 정신적으로 지치더라구요”라며 “아무래도 다른 지역은 선거를 하나만 치르는데 진천 선관위에서는 두 개를 치르다 보니 상대적인 부담감 때문이 아니었을까”라고 추측했다.

선관위에서는 조합장 선거도 주관하고 있다. 진천은 충주, 음성에 이어 조합 개수가 8개로 도내 3위다.

심심찮게 불거지는 조합장 선거 부정에 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아무래도 유권자 수가 한정되어 있다 보니 후보자들이 나쁜 유혹에 빠지기 쉬운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이기를 “그래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당장 1~2년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장기간에 걸쳐서 보면 차이가 보인다. 10년 전 우리 선거문화와 지금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조합장 선거도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의 취미는 운동이다. 운동은 일년에 한번 정도 찾아오는 선거철 격무를 소화하려면 필수이기도 하다. 현재 충북 선관위 축구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오는 10일 유권자의 날을 맞아 중앙선관위에서 오는 21일 개최하는 마라톤대회에서 5km 코스를 뛸 예정이다.

그 외에는 아이들 돌보느라 취미를 가질 시간이 전혀 없다고 웃으며 말하는 그는 초등학생 두 딸을 키우고 있다. 일과 가족, 두 든든한 기둥을 잡고 때로는 기대면서, 때로는 스스로 버팀목이 되어 살아가는 그의 인생이 진정 행복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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