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민·손종득 씨 수지농장 공동대표
손종민·손종득 씨 수지농장 공동대표
  • 이혜민
  • 승인 2016.08.11 11: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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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한우 사육하는 신세대 축산인 형제

충북 두 번째, 수지농장서 2마리 '보증씨수소' 선정
체계적 사육 시스템으로 축산 선진화 이뤄가는 중

▲ 형 손종민(왼쪽)씨와 동생 손종득(오른쪽) 씨가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한 '보증씨수소' 확인서를 하나씩 들고 축사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형 손종민(왼쪽)씨와 동생 손종득(오른쪽) 씨가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증한

형제는 별로 말이 없었다. 그러나 소 이야기만 하면 눈이 빛났다. 이거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 아닌가 하면서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어찌나 자세히도 설명하는지 시간가는 줄 몰랐다.

형제는 취미가 없다. 소 키우는 일에만 전념하다 보니 자연히 취미가 없어졌다. 하지만 소와 함께 웃고 소와 함께 울면서 삶을 느낀다. 소가 생업이요 특기요 취미인 것이다.

최근 진천에서 최초로 '보증씨수소'를 배출해 주목받고 있는 덕산면 수지농장 손종민(36)·종득(34) 형제를 만나 소와 함께 해온 형제의 삶을 들었다.

형제 함께 가업 승계
손종민·종득 형제는 진천 덕산 출신으로 부친 대부터 축산업에 종사했다. 손종민 씨는 옥동초·덕산중을 졸업한 후 청주 운호고와 건국대를 졸업했으며, 동생 손종득 씨는 옥동초·덕산중을 졸업하고 진천농고와 한국농수산대에서 축산을 전공했다.

둘의 진학 이력에서 알 수 있듯 원래 가업을 승계하려던 사람은 동생 손종득 씨였다. 그런데 2004년 부친의 갑작스런 병환으로 형 손종민 씨가 휴학을 하고 부친 대신 축사를 관리하게 됐고, 2005년 대학을 졸업한 동생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경영을 시작했다.

11년 전 부친이 두 형제에게 남겨준 것은 120마리의 소와 약 1300㎡의 축사였다. 지금 형제는 5000㎡ 면적의 농장에서 470마리의 소를 키우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손종민 씨는 “원래 가업 승계라는 게 아버지가 자식을 데리고 일하면서 노하우도 알려주고 인맥도 넘겨주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우린 그런 게 없었다”며 “사육 기술은 동생이 다 익혀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경영을 하기에는 인맥과 경험이 부족해 그런 부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가야 했다”고 부친의 갑작스런 타계로 인한 어려움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지금은 진천에서도 손꼽히는 축산농가로 성장했고 손종민 씨는 지난해까지 6년간 한우협회 진천군지부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엘리트 중의 엘리트 보증씨수소
형제가 보증씨수소 선정을 받기까지는 지난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농협중앙회 한우개량사업소에서 2005년부터 진행한 '한우육종농가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매년 10농가씩만 선정하는 이 사업은 신청자격부터 까다롭다. 농장 내 혈통 등록된 암소가 50마리 이상에 4대 질병(구제역, 브루셀라병, 요네병, 우결핵) 청정 검정을 거쳐야 한다. 선정 이후에도 매년 청정성 검사를 받고 검사에서 질병이 나올 경우 이에 따른 불이익도 감수해야 한다.

이런 번거롭고 관리가 힘든 일을 왜 했느냐는 질문에 손종민 씨는 “우리 소들을 빨리 발전시킬 수 있는 체계적 개량 방법이 필요했다”고 답했다. 소에 대한 의욕과 열정뿐만 아니라 미래를 내다보는 젊은 경영인의 역량을 엿볼 수 있었다.

형제가 이번에 획득한 '보증씨수소'는 전국의 우량한 수소들 중에서 여러 단계를 거쳐 선정되는 것이다. 매년 봄·가을 번식기에 전국 100여 개소의 한우육종농가에서 자라난 6개월 령 수소 3000여 마리 중 가장 우수한 300여 마리가 한우개량사업소로 보내진다. 4년 이상의 검정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선정되는 보증씨수소는 15마리 남짓, 3000마리 중에 0.5%다. 한우육종농가가 전국 최상위권의 선도농가임을 감안했을 때 엘리트 중의 엘리트 소인 셈이다. 이 보증씨수소에는 보증한 소라는 의미의 영문약자 'KPN'이 붙는다. 보증씨수소에서 채취된 정액은 암소 1마리를 임신시킬 수 있는 최소단위인 0.5cc 냉동정액 스트로(straw)로 생산돼 한 개 1만 원에 판매된다.

명품한우 위한
선진 축산시스템 구축
이번에 보증씨수소로 선정된 손 씨 형제의 소는 두 마리로, 충북에서는 지난해 영동군에서 1마리를 배출한데 이어 올해 진천에서 두 번째다. 이 두 마리를 키워내기 위해 형제는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다. 6만6000㎡ 농지에 사료용 옥수수와 라이그라스를 재배하고 있으며, 작년부터 직접 사료를 배합해 소에 맞는 사료를 공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축사 운영은 기본적으로 일이 많은데 이렇듯 정성을 기울이다 보니 일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 일들을 두 형제가 온전히 감당해 온 것이 11년이다.

손종득 씨는 “현재 농장 시설 중 아버지 대로부터 물려온 것이 40% 정도로 이 시설물은 노후돼 손이 많이 가는 편이다”라며 “현대식으로 시설을 교체하고 증축해 일손도 덜고 체계적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시스템 구축이 완료되면 농장 내부에 번식과 비육(고기소 사육)의 선순환 체계가 돌게 돼 일손도 덜고 보다 안정적인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수십 년간의 데이터와 선진국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모습과 미래를 준비하는 그의 안목에 절로 탄복할 수밖에 없었다.

첨단과학영농시대, 늘 연구하고 고민하는 이 능력 있는 젊은 축산인 형제가 앞으로도 지역에서 선진축산을 이끌어 나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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