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면 하고마을 공장폐유 유출로 농지 오염
덕산면 하고마을 공장폐유 유출로 농지 오염
  • 김미나
  • 승인 2018.06.01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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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농기구 이용 천지화학 입구 점거하고 천막농성
▲하고마을 주민들이 천지화학 입구를 농기구로 막고 '폐유유출로 생거진천쌀 명성에 금이 갔다'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하고마을 주민들이 천지화학 입구를 농기구로 막고
덕산면 화상리 하고마을 상류에 위치한 폐유류 정제업체인 천지화학에서 폐유가 유출됐다.
하고마을 주민 100여 명은 "논, 밭, 하천 등 약 5만㎡가 오염돼 한 해 농사를 망치게 됐다"며 지난 24일부터 천지화학 입구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폐유유출로 생거진천쌀 명성에 금이 갔다', '폐유 유출로 주민들 생명을 위협하는 천지화학 즉각 폐쇄하라'등이 적힌 플래카드를 걸고 천지화학 입구를 농기구로 막고 있다.
주민들은 지난 2012년 이 마을에 설립된 천지화학에서 공장가동을 할 때 나오는 악취로 수년째 고통 받아 왔으며 이번에 폐유가 유출되면서 그동안 참았던 불안감이 현실로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천지화학에서 폐유가 유출된 것은 지난 17일. 다음 날인 18일에 비가 오면서 검은 폐유가 약 800m 가량 도랑을 따라 흘러내려 모내기를 마친 일대 논에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이에 천지화학에서 나온 작업자들이 마을로 유입되는 농수로 주변과 논에 흡착포 등으로 기름을 제거하고 있지만 10여 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천지화학 측은 200ℓ드럼통에 있는 폐유 중 100ℓ가 실수로 쏟아진 것이고 곧바로 방제작업에 돌입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주민들은 마을 일대 수로와 하천, 논에 유입되는 기름의 양으로 봤을 때 천지화학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29일 기자가 주민 A 씨와 함께 천지화학 하수구를 따라 내려오는 도랑의 흙을 손으로 파보니 기름 냄새가 나는 시커먼 흙이 나왔으며 이 흙을 물에 담가보니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확인했다.
주민 최모(61) 씨는 “한창 농번기에 논에 물을 못 대고 있는 상황”이라며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평생을 살았는데 오염된 논에서 나는 오염된 쌀은 판매할 수 없어 올 해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제희 이장은 “기름이 유출될 당시 공장 측에서 바로 관계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며 “지난 23일에도 여전히 방제작업이 끝나지 않아 주민들이 군청에 항의방문해 이 사실이 알려 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지화학 관계자는 “기름이 유출되자마자 바로 신고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오염된 수로와 도랑, 논과 밭은 18일부터 최선을 다해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주민들에게 충분히 보상하겠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금강유역환경청에서 시료 채취를 했으니 그 결과에 따라 업체 측에 영업정지 명령이나 과태료 부과 등의 조치가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민들 요청이 있으면 토양분석 등을 통해 이번 유출 전 유출 여부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보름 전 서울에서 이 마을로 귀촌했다는 심모(70) 씨는 “생거진천이라해서 귀촌했는데, 이렇게 검은 기름으로 얼룩진 논밭을 보니 사거진천이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며 “장마철을 앞두고 2차오염이 우려되기 때문에 관계당국의 조속한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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