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면 신척리 화천(花泉, 꽃샘)마을
덕산면 신척리 화천(花泉, 꽃샘)마을
  • 정선옥 기자
  • 승인 2009.04.27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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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환경과 생태계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는 생거화천 (生居花泉)


진등을 타고 길을 걷다 보면 굽이굽이 야트막한 골짜기마다 한 채, 두 채, 더러 서너 채씩 농가들이 들어선 꽃샘마을이 능선 아래로 흐르듯 펼쳐진다. 이제 막 봄기운이 무르익기 시작한 마을 들녘에는 농사준비에 여념이 없는 농부의 손길이 분주하다.

길다란 능선이라 해서 진등이라 부른다는 이 길은 지금이야 자동차들이 쉼 없이 왕래하지만, 옛날 한양에 과거를 보러가던 아랫녘 선비들이나 장날을 따라다니던 장돌뱅이들이 분주히 오가던 길목이었다. 덕분에 길 아래 떼집거리(떡정거리) 주막에는 왁자지껄한 남정네들의 무용담으로 조용한 날이 없었을 터였다.

샘에서 유래한 화천(花泉)
화천(花泉)이라는 지명은 마을에 있는 꽃샘에서 유래되었다. 본시 이월면에 속해 있던 꽃샘마을이 1975년 덕산면으로 편입되면서 예로부터 불려오던 꽃샘이라는 지명을 한자로 변형시켜 명명한 것이다.
꽃샘은 인근에서 유일한 샘이었다. 용출량도 풍부했거니와 그 물이 달고 피부병에도 용하기로 소문나 멀리서 치료를 위해 찾아오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한 여름에는 물이 차가워 10초 이상 손을 담그기 힘들고 겨울에는 따뜻한 물이 솟았다는 샘은 비록 지금은 폐쇄되어 흔적조차 찾기 쉽지 않지만 꽃샘거리를 따라 지게로 물을 지어 나르고 동네 아낙들이 빨래 방망이 소리에 삶의 고단함을 밀쳐 보내던 추억들이 아직도 이곳에 남아있다.
예전에 왕족들이 꽃가마를 타고 치료차 방문하던 곳이라 해서 꽃샘이라는 말도 있고, 길게 뻗어 나온 산줄기 아래에 있다 해서 곶(串)에서 연유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화천이라는 이름보다 꽃샘이라는 이름에 더 정이 간단다.

생거진천의 자랑 '덕산 꿀수박'
30가구에 70여명이 거주하는 단출한 마을로 예전에는 담배산지로 유명했던 마을이 지금은 '덕산 꿀수박'으로 더 유명하다. 수박뿐만이 아니라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들은 당도가 높고 단단하기로 유명하다. 주민들은 그 이유를 오염되지 않은 깨끗하고 건강한 토양이 비결이라고 입을 모은다. 땅이 좋으니 자연 농작물이 잘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마을에는 젊은 농부들이 유독 많다. 비옥한 땅에 농부의 부지런함까지 더해져 벼농사는 기본이고 수박과 담배, 토마토, 단호박 등의 특용작물과 유기농법으로 높은 농가수익을 올리고 있다.

수원 보호를 위한 규제가 생태계 보존에 기여
축조된 지 50여년이 지난 덕산저수지를 보호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은 지역의 환경을 보존하는데 한몫을 해왔다. 경제적인 면을 거론한다면야 막대한 손해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에 반해 잘 보존된 환경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이 마을에서는 고라니나 토끼, 너구리, 꿩 같은 야생동물들이 인가 근처를 배회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생태계 보존이 잘 되어 있어 야생동물의 개체수가 많고 사람에게도 익숙해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만큼은 아니어도 사람이 자연과 더불어 생활한다는 표현이 실감나는 마을이다.

연꽃으로 수놓는 덕산지의 절경
마을 초입에 자리한 덕산저수지가에 있던 6백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지금은 고사해 흔적도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단오가 되면 인근 마을 아낙네들이 줄을 메고 그네를 뛰던 곳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자라기 시작한 연잎은 여름이 되면 부들과 함께 저수지의 절반을 덮을 만큼 무성하다. 산란기가 되면 전국의 강태공들이 몰려드는데 낚시도 낚시려니와 연꽃이 개화하는 시기가 되면 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절경이다.

멀지만 가까운 이웃

화천마을은 지형의 특성상 농가가 산재해 있어 담장 하나 사이로 이웃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여느 동네와는 달리 동네주민들이 함께 모이는 일이 쉽지 않다. 새로운 소식이 있어도 동네를 한 바퀴 돌아야 하기 때문에 조금 늦는 편이라며 한바탕 웃는 꽃샘골 사람들의 얼굴에는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시골생활의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이러한 마음의 여유 때문인지 이 마을은 인심이 후하기로도 소문나 있다.
2000년대 초반에 고향인 오창에서 이 마을로 이사 왔다는 이태봉 할아버지는 이사 온 직후에 모친상을 당했는데 외지인임에도 불구하고 동네에서 너무나 많이 도와주셔서 무사히 큰일을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일로 이태봉 할아버지는 어딜 가나 화천마을의 후덕한 인심을 자랑하기에 바쁘다.

젊은이들의 모범 - 노인회

이 마을의 젊은이들은 동네 어르신들에게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고 삶의 지혜를 깨닫는다. 극진히 조상을 섬기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노인을 섬기는 마음자세를 가다듬는다. 그러기에 집안의 어른을 모시듯 어르신들을 대한다. 노인회 구성원들 역시 젊은이들에게 모범이 되기 위해 매사에 솔선수범한다. 덕분에 마을 주민들은 모두 한 가족처럼 우애가 깊다.

고향은 마지막 정착지

조용하던 동네가 최근 몇 년간 시끌시끌하다. 신척산업단지 편입이 확정되면 주민들은 대대로 살아온 고향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잘 보존된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못내 안타까워하는 주민들은 이곳이 마지막 정착지이기를 원하지만 여의치 않아 이주를 해야만 하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고향사람들이 한 곳으로 이주해 지금처럼 가족같이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우/리/동/네/이/장/님/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내일처럼
여기겠습니다.

안홍구 이장
안홍구 이장

화천마을은 법 없이도 살 수 있을 만큼 평온하고 살기 좋은 마을입니다.
이장으로서,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맡은 바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하고 무엇보다 남의 어려움을 내일 같이 생각하고 협조해 큰 어려움이 닥쳐와도 다함께 극복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젊은이의
본보기가 되는
노인회를
만들겠습니다.

위귀환 노인회장
위귀환 노인회장

우리 마을은 정말 살기 좋은 마을입니다. 특히나 청정한 자연환경은 마을의 자랑으로 덕분에 주민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좋은 환경 여건에서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인회에서도 마을 일에 적극 협조하고 젊은 사람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마을의 애경사를
내 집안의 일로
여기겠습니다.

허윤숙 부녀회장
허윤숙 부녀회장

마을 회관이 따로 없어 자주 모이지는 못하지만 어느 마을 못지않게 형제지간처럼 우애가 깊고 단합이 잘 되는 마을입니다.
지금까지도 그래왔지만 앞으로도 부녀회원들이 마을의 애경사를 모두 내 집안의 일처럼 여기고 함께 치러낼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겠습니다.



깨끗한 환경을
보존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창원 대동계장
강창원 대동계장

아직까지 우리 마을은 자연생태계가 잘 보존되고 오염되지 않아 쾌적한 환경을 자랑합니다.
비록 소박하고 아담한 꽃샘마을의 옛 풍경은 점차 사라져 가고 개발의 바람이 이곳까지 불고 있지만 70여명의 마을 주민 모두가 단합하여 내 고장 화천의 자연을 보존하는데 힘을 모으겠습니다.



농사로
부자되는 마을을
만들겠습니다.

박진광 새마을지도자
박진광 새마을지도자

농사일로 늘 바쁘지만 마을에 일이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야지요.
이장님을 도와 마을일에도 적극 참여하고 본업인 농사에도 충실해 농사를 잘 짓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농사로 주민 모두가 부자가 되는 마을을 만드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우리마을 자랑거리 - 덕산저수지 (신척저수지)

덕산저수지는 1960년에 준공되었으며 수면적이 약 188,000㎡에 이른다. 야트막한 야산으로 둘러싸인 수심 1~3m 안팎의 저수지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전국의 강태공들을 설레게 했던 유명한 낚시터였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베스와 블루길 등 외래어종의 유입으로 한동안 낚시꾼들로부터 외면 당했으나 지난 2006년 봄 한달에 걸쳐 100여 마리의 4자급 붕어가 잡히면서 중부권 최고의 낚시터로 급부상했다.

연과 부들 같은 수초가 무성하고 붕어 이외에도 준척, 월척급의 떡붕어와 잉어가 올라와 3월말에서 4월 중순, 추석 무렵에는 전국에서 낚시꾼들이 몰려든다.
굳이 낚시가 아니더라도 연꽃이 개화하는 7~8월에 펼쳐지는 화려한 장관을 보러 들러보는 것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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