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병원 장례식장 장도연 장례지도사
효병원 장례식장 장도연 장례지도사
  • 강성진
  • 승인 2009.06.18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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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가족의 슬픔까지 헤아리는 장례지도사의 인생이야기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최근 삶과 죽음을 깊이있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고인에 대한 장례식, 시신 처리(염습 등), 묘지, 추모식 등 일련의 장례 절차를 맡는 이색 직업인 장례지도사. 최근 넘쳐나는 장례식장의 파도 속에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고인의 마지막 여행을 배웅하는 효병원 장례식장의 장도연 장례지도사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장례의식을 엄중하고 철저하게 지도하는 것 이외에 죽음으로 가족이 슬픔에 잠겨 있을 때 살아남은 가족의 슬픔까지 이해하고 덜어줄 수 있는 마음을 갖추는 것”이 장례지도자의 역할이자 사명이라고 장도연 장례지도사는 말한다.

서울 장위동에서 태어나 학창시절을 경기도 성남에서 보낸 장도연씨는 고교 졸업 후 바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현재 직업과는 어울려 보이지 않는 농협에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의 첫 사업은 견인차 사업이었다고 한다.

그 뒤 하남시에서 폐차업에 뛰어 들었고 날로 사업이 번창해 나가던 어느날 지인으로 부터 장례지도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고, 남이 보면 혐오스럽고 숨어 있는 직업으로 인식되는 속칭 염사나 염습사로 부르는 장례지도사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잘나가던 사업을 접고 2000년 서울보건대 전문장례지도학과 2기로 입학을 결심했다.

레카업을 하며 교통사고로 죽는 사람들을 많이 접하게 되면서 슬픔과 아쉬움 등의 감정을 초월해 죽은 사람이 가는길을 편히 모시는 안내자로서 장례지도사가 천직이 된 것도 그 때 인연이 된 것 같다며 회상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장도연씨는 2002년도에 서울을지대학병원에서 장례지도사로서 첫발을 딛였다. 특히 백혈병동으로 유명한 여의도 성모병원 근무시절 백혈병이란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이 주검으로 내려왔을때 너무도 가슴이 아프고 눈물을 주체할 수 없어서 한달에 보름 이상은 눈물로 보낸 세월이었다고…. 그때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것에 후회를 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후 2005년 10월 오픈한 진천의 효병원 장례식장 사무장으로 오면서 장도연씨는 장례지도업 종사자로서 진천군 장례업의 일대 변화를 일으켜 나갔다.

일반 장례식장에서 외국산 수의를 국산이라 표기해 판매되고 가격도 천차만별 비싼가격에 공급되던 관행을 과감하게 타파하면서 장도연사무장은 수의 원산지표기 자체를 수입과 국산을 정확히 구분해 진열했고, 국산임을 증명하기 애매한 수의의 경우 가격 거품을 완전히 제거하면서 진천의 상포사에서 찾아와 효병원 장례식장의 수의가격에 맞춰 가격 조정을 할 정도로 정직한 가격으로 승부를 걸었다.

또한 장도연 사무장은 “가진 자보다 없는 자를 정성껏 보낼 수 있도록 수의라도 입혀 보내주자”고 직원들과 입을 맞추고 “살아 있을 때나 죽었을 때나 모두 존귀한 생명이기에 가족 형제를 보낸다는 마음으로 장례를 치러 주는 직업이 아닌 천직으로 생각하고 일하자”고 직원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기자가 취재를 위해 처음 효병원 장례식장에 들어섰을 때 분주하게 일하는 직원들의 얼굴에는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었다.

자칫 무겁고 어두운 장례식장의 분위기를 직원들 만이라도 가시는분 보내는 가족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지 말자는 장도연 사무장의 생각이다. “돈만 생각한다면 직원들에게서 그런 미소가 보일 순 없을 겁니다. 다들 전문적인 교육을 이수해 진정한 장례서비스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전문가들이기에 망자의 안치과정에서부터 발인까지 한결같이 차원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라며 장도연 사무장은 “장례지도사는 흔히 말하는 염사나 염습사와는 거리가 있습니다. 장례지도사는 전통 장례의 호상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되는데 호상이란 상주를 대신해 상례전반을 주관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고인의 가정형편과 사인에 맞게 평소 유지를 받들어 장례방법과 절차 등을 결정해주는 변동상황이 많은 장례업에는 순발력과 센스가 있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우선 장도연 장례지도사는 출근과 동시에 장례식장의 안치 현황을 확인한다. 밤새 새로 안치된 사람이 있는지, 입관 시간이나 출상 시간에 변동이 없는지 파악한다. 입관 전에 유가족을 모시고 망자의 몸을 닦아 드리고 수의를 입힌다.

또 출상 전에 제물 준비를 하고 영결식을 지낸다. 유가족에게 불편한 점이 없는지도 수시로 챙긴다. 빈소에 부족한 물건은 없는지, 빈소 온도와 환기는 잘 되는지 등 세세한 것을 챙기는 것도 그의 일상이다. 그 뿐만 아니다.

하다못해 효 병원 장례식장의 식자재 마저도 국산만을 고집한다. 그 고집은 좀처럼 꺽기 힘든 장도연 장례지 도자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먹는 것 즉 식재료에 있어서는 절대 돈을 아끼지 않을 것”이 효병원 장례식장을 이끌고 있는 장도연사무장의 상도이기도 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이 622개 직업의 평균 연봉을 조사한 자료에 장례지도사의 평균 연봉은 2,375만원이라고 한다. 일반인의 시각으로 볼때, 3D에 해당할 수도 있는 직업의 수입치고는 썩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시대 젊은이들의 취업 스트레스가 결코 만만치 않음을 뚜렷하게 보여주는 시점에서 장례지도학과 등의 정규 교육기관이 최근 수 년 사이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하루에 이승을 하직하는 분들은 평균 668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장례지도사가 사회의 관심이 되고 있는 지금 남겨진 가족의 슬픔까지 다스려 주는 장도연씨의 직업사랑이 널리 전파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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