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다섯번째 칭찬주인공) 윤기주 진천군청 행정과 전산담당
(스물다섯번째 칭찬주인공) 윤기주 진천군청 행정과 전산담당
  • 정선옥
  • 승인 2009.07.07 14: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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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층에서 70대 어르신까지 소중히 여기고 기억


“글쎄 저만 믿고 일주일만 나와 보시라니까요”

윤기주씨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키보드를 밀치고 일어서던 어르신이 짐짓 못이기는 척 돌아선다.

연세가 많은 어르신들의 비율이 높은 정보화 교육장에서는 흔히 벌어지는 풍경이다.

지난 2004년부터 주민들의 정보화교육을 담당해 온 윤기주씨는 군청교육장의 강의는 물론 관내에 설치된 5개 교육장의 교육계획 수립부터 진행까지 총괄하고 있다.

국내 PC 보급률이 70%대라고는 하나 대도시와 관공서, 기업체, PC방 등의 영업장을 제외한다면 IT인프라 구축이 부족하고 고령인구가 많은 군 단위 지역의 현실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계되고 한글을 배우기 전에 컴퓨터 게임을 먼저 배우는 21세기에 PC 운용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삶의 필수 요건이 된 지 오래다.

군에서 지원하고 있는 정보화 교육장에는 젊은 주부는 물론 자영업자나 직장생활을 하는 중·장년층, 그리고 70세가 넘는 분까지 다양한 연령의 주민들이 찾아온다.

교육 시 어려운 점을 물으니 당연 연세가 많은 분들의 교육이란다. “민망해서 못 배우겠다”, “선생은 얼마나 갑갑하겠냐”는 등의 우려를 먼저 내비칠 때면 “괜찮으니 자꾸 물어보세요. 70세 넘으신 분들도 잘 따라하세요”라며 격려한다.

교육장에 찾아오는 것부터가 그분들에게는 큰 용기를 필요로 했음을 알기에 윤기주씨는 한 사람의 낙오자 없이 과정을 마칠 수 있도록 수강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기억하려 애쓴다.

한편 컴퓨터를 어렵게 여기는 어르신들의 중도 포기를 막기 위해 그는 재미있는 수업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영어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키보드에 한글로 적은 견출지를 붙여 드리는가 하면 가벼운 농담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유도해 이제는 어르신들이 친손자나 아들처럼 생각하신다고 한다.

이러다 보니 어르신들과의 수업 시간이 더 즐겁다고 한다.

인간적인 유대감으로 맺어진 인연은 교육과정이 끝난 후에도 지속된다.

이민 간 수강생과 주고받는 이메일을 볼 때나 교육장 밖에서 자신을 반가이 맞아주고 선생님이라 불러주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그는 이 일을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에게서 컴퓨터를 배우다가 남편의 뇌출혈로 중도에 배움을 포기했던 한 수강생은 남편의 병세가 안정되어 일반병실로 옮기고 난 뒤로 블로그를 만들어 병상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얘기를 전하며 보람이 되었다고 했다.

우연히 블로그를 접한 LA의 교포와 친구가 되어 이곳까지 방문했었다며 매해 스승의 날이 되면 작은 선물을 챙겨주시는 분이나 초기에 포기하려던 것을 설득해 이제는 웬만한 프로그램은 다 운용이 가능하게 된 이장님, 수십미터 밖에서도 알아보고 뛰어오셔서 국밥 한 그릇을 굳이 권하시는 머리 하얀 어르신. 이런 분들을 만날 때마다 스스로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어깨가 무거워지곤 한단다.

목표를 묻자 부드러운 인상과 달리 “온 군민이 컴맹 없는 그 날까지 노력할 것”이라며 힘 있게 말하는 그는 “아직 배워야 할 분들이 많다”며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 못 오시는 주민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한다.

현재 개편 작업 중인 각 읍·면단위홈페이지를 관리하고 있는 그는 요즘 걱정이 많다. 작업이 끝나면 마을마다 홈페이지가 활성화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마을별 홈페이지 별도 관리자가 없기 때문이다.

마을의 살림을 전체적으로 꾸려나가는 이장님들이 관리를 해 주셨으면 하지만 아직 PC를 능숙히 다루는 분들이 많지 않아 어렵게 구축한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지역사랑을 담아 지난 1999년부터 그가 운영하고 있는 순수 민간 봉사단체 '인터넷 진사모'는 이제 카페 회원만 570명이 넘는 거대한 단체가 되었다. 고향에서 아직은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다며 활짝 웃는 그의 웃음이 주변을 따스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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