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 푸드뱅크 박정임사무국장
진천군 푸드뱅크 박정임사무국장
  • 강성진 기자
  • 승인 2009.09.03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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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선물한 가족 혜은이와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


봉사는 '사랑'이라는 밑거름이 없이는 피어나지 않는 꽃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내 향토 내 겨레에 대한 사랑 그 따스한 체온들이 어우러져야 봉사를 낳게 한다.

평범해 보이는 듯 하지만 타고난 봉사정신과 측은지심의 성정(性情)을 온몸에 품고 사는 진천군 푸드뱅크의 박정임 사무국장을 만나기 위해 처음 인터뷰를 약속했던 그녀는 편도가 심하게 부어 입원하게 되면서 취재진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며칠이 지나서야 그녀가 일하는 진천군 푸드뱅크 사무실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꾸밈없이 내 이웃에게서 늘 보아온 듯한 친숙한 얼굴로 취재진을 반갑게 맞아주는 그녀는 지난 5월 19일 SBS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 딸과 함께 출현해 눈시울을 적시게 했던 화제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서울 약수동 판자촌에서 3남 3녀 중 막내딸로 태어나 지독히도 가난했던 어린시절을 보내야만 했다.

하지만 그렇게 가난하고 어려운 가정형편 속에서도 그녀의 어머니는 불쌍한 사람을 그냥 지나치는 일 없고 남들에게는 유머러스한 성품으로 모든 일에 긍정적인 분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어머니의 성정을 그대로 닮아 있는 그녀는 어린시절 이야기 하나를 털어 놓았다. 그녀가 16세가 되던 해 경기도 안양에서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던 길에 남루한 행색을 하고 길바닥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주머니에 있던 돈 몇 천원을 할아버지의 남방포켓 주머니에 넣어주고 요구르트를 사서 건넸더니, 그녀의 두손을 꼬옥 잡고는 그렇게 한참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던 할아버지가 아직도 선하다고 말한다.

우리는 창피해서 못하고 그냥 지나칠수 있는 일을 그녀는 결코 지나치는 법이 없었다. 그러다가 가정형편이 점점더 기울고 살고 있던 집마저 주택재개발 공사로 철거되자 그녀의 나이 22살에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아픔을 겪었다. 그때 경기도 광주의 시골마을로 이사를 와서 아동복 샘플사 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인생의 역경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된 그녀는 초등학교 2학년이 된 큰 딸을 교통사고로 잃는 슬픔을 겪어야 했고,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나날들을 보내던 중 진천으로의 이사를 결심하게 된다.

이제 제 2의 고향 진천에서 살아 온지 15년 되었다는 그녀는 진천의 밤하늘에 수놓은 별들이 너무 아름다워 그 황홀한 정취에 마음을 뺏겨 버렸다면서 '생거진천'이라 회자되는 아름다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 큰 자부심이라고 전했다. 딸 혜은이를 처음 만난 날을 그녀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허름한 포대기에 싸여 성당 앞에 버려져 있는 아이. 그녀는 그런 아이를 외면 할 수 없었고 그렇게 두 사람이 만나 엄마와 딸이 되었다. 혜은이와 가족이 된지 8년째. 처음 혜은이를 만났을때,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을 만큼 혜은이의 상태는 심각했다.

그런 딸이 지금은 걷고, 뛰며 또래 아이들 처럼 성장하고 있다면서 이모든것이 어쩌면 그저 기적처럼 느껴진다는 혜은이의 엄마. 올해로 아홉살, 초등학교 2학년인 혜은이는 아직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기저귀에 의존하고 있다.

선천성 난치질환인 척수지방종을 태어나면서 부터 갖고 있는 아이. 척수지방종은 지방종에 의한 신경손상으로 배뇨, 배변장애는 물론 운동과 감각기능 장애를 가져올 수 있는 병이다. 혜은이의 경우 지방종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신경이 손상돼 대소변을 가리지 못한다.

심지어는 불편한 왼손 때문에 기저귀 가는 일조차 혼자서 해낼수 없어 혜은이는 하루에도 몇번씩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기저귀를 갈아야 한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극심한 다리통증까지 호소하는 혜은이가 또다시 병이 악화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엄마는 오늘도 혜은이의 아픈 다리를 보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혜은이는 “하늘이 선물한 가족”이라며 “훗날 내 딸 혜은이가 사회복지사의 길을 걸으며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소원도 들을 수 있었다. 평소 봉사일에도 남다른 열정을 가진 그녀는 2004년 진천군 푸드뱅크에 정식으로 입사하게 된다.

유영훈 진천군수가 초대회장이기도 했던 진천군기초푸드뱅크는 1999년 진천군장애인협회 푸드뱅크 사업을 시작으로 독거노인 및 중증장애인 이미용봉사, 김장김치나누기 등 현재 진천군의 409가구 수혜자들에게 사회복지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단체다.

이곳에서 2007년 사무국장으로 임명된 그녀는 어려운 세상속에서 첫째도 둘째도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회복지사 자격을 준비중인 그녀는 “사람들은 더 높아지고 더 많이 갖기를 원하지만 삶의 보람을 웰빙에 맞추어 건강한 문화생활과 정서적, 지적인 곳에 가치를 두면 좋겠다” 고 소신을 밝혔다.

오늘은 엘리트를 만난다는 의미 있는 날이다. 우리 사회가 엘리트를 선호하지만 진정한 엘리트는 최고의 학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의 성정을 어려운 타인을 위해 진정 값있게 쓸 줄 아는 사람만이 최고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엘리트라는 생각을 하며 진천군 푸드뱅크를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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