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사랑 책사랑
아이사랑 책사랑
  • 정선옥
  • 승인 2009.11.01 13: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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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 연령대 맞는 올바른 독서지도·육아 정보 교환


아이들은 한 권의 책을 통해 멋진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가 돼 카드로 딴 돈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강한 의협심으로 위기에 처한 인도의 왕비를 구출해 내고, 미국에 도착해서는 인디언의 습격으로부터 목숨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인 도주를 하고, 폭풍우 몰아치는 대서양에서는 떨어진 석탄 대신 배를 부셔 연료로 때는 등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80일간의 흥미진진한 세계일주를 떠나게 된다.

이렇듯 어릴 적 읽은 감동적인 책 한권은 아이의 상상력과 감수성 발달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어릴 때 길들여진 좋은 독서습관은 아이들의 이해력과 어휘력, 문장력, 응용력 등을 키워준다.

아이를 가진 엄마라면 자녀에게 다량의 좋은 책을 접하게 해주려는 의무감을 갖기 마련이지만 각종 매체에 무분별하게 넘쳐나는 정보들은 엄마들을 갈팡질팡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복잡한 환경 속에서 아이들의 올바른 독서 습관을 길러주고 부모에게 육아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이 있다.

■ 산호오크힐서 만나는 아이지킴이
지난해 12월 처음 문을 연 '아이사랑 책사랑'은 진천읍에 소재한 산호오크힐에 사는 주부들이 모여 만든 도서관으로 아동들의 연령대에 맞는 올바른 독서지도와 육아에 필요한 정보 교환을 위해 만들어졌다.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는 슬로건 아래 뭉친 이들이 처음부터 도서관이라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던 것은 아니다. 지어진 지 7년된 이 아파트에는 신축 직후 입주한 젊은 부부들이 많은 탓에 놀이터에는 아이들의 재잘거림과 엄마들의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노인정을 신축하면서 생긴 여유 공간의 활용방안을 놓고 고민하던 주민들은 다른 지역에 비해 구성비가 유난히 높은 아동들을 위한 공간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 다양한 기능 갖춘 복합 문화공간
처음 단순한 놀이방 형태로 계획됐던 공간은 주민들의 생각이 보태져 휴식공간으로서의 역할에 다양한 기능을 더한 복합공간으로 거듭나게 됐다.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이 공간은 주 기능인 도서 대여는 물론 도서의 선택부터 구입에 관한 상담이 이루어지고 육아에 필요한 정보들도 교환한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주민들을 위한 교육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외부 강사를 초빙해 한지공예나 비즈, 종이접기 등을 가르치기도 하고 아이들을 상대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구상 중에 있지만 방학 중에도 학원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을 모은다는 것이 쉽지 않아 안타까운 맘이 크다고 한다.

■ 많이 읽히는 것보다 아이에게 맞는 책 찾아주는 것이 중요
도서관을 운영하는 회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는 아이의 수준에 맞는 올바른 도서의 선택이다.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주변의 환경과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
많은 책을 읽히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에게 맞는 좋은 책을 골라주고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고 회원들은 이야기 한다.
일례로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어느 집 책꽂이에나 있는 명작동화는 엄마들이 가장 흔히 범하는 오류다.
선악의 구별이 확실한 명작동화의 경우는 아직 가치관이 뚜렷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자칫 지나친 선입견을 심어줄 수 있다.
흔히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장화홍련전 등을 보면 새엄마는 무조건 나쁘다는 식의 잘못된 명제가 유추될 수도 있어 충분한 설명과 이해 없는 명작동화 읽기는 오히려 독이 된다. 이런 고민들은 자원봉사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말끔히 해소될 수 있다.
아이들도 적극적이어서 도서관 이용이 자연스럽게 몸에 밴 아이들은 질서와 양보를 몸으로 익힌다. 다른 친구가 먼저 빌려가서 자신이 보고 싶은 책을 빌리지 못했을 때는 그 친구가 다 볼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안다. 이러한 간절함은 엄마들을 들볶기 마련이다.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오기 전에 엄마에게 꼭 도서관에서 빌려다 놓을 것을 부탁하곤 한다.
아직은 지원이 적어 협소한 공간에 많은 도서를 구비해 놓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단지 내의 도서관이 아닌 진천군민 모두가 애용하는 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이들의 소망이다.

■ 봉사는 더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한 배려
현재 도서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아이사랑 책사랑의 회원들은 모두 진천군자원봉사센터에 등록이 되어 있다. 이들은 한가한 오전 시간을 이용해 센터에서 요청하는 인력지원에 나선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유용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뭉친 이들이지만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여력을 기꺼이 사용한다.
내 아이를 위하는 마음 그대로 다른 이들을 보살피는 것이다. 아이 키우랴, 남편 뒷바라지 하랴, 바쁘디 바쁜 일상이지만 그렇게 남을 돕는 것 또한 더 나은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한 배려하고 생각한다.

■ 이모가 많은 아이들
산호오크힐에 사는 아이들은 이모가 많다. 요즘처럼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세상에 작은 공간을 통한 교류는 주민들을 변화시켰다.
처음부터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었고 또 그 아이들을 매개로 맺어진 인연은 다정한 이웃사촌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아파트 안에서 아이들이 만나는 주민들은 누구나가 아이들의 이모가 되고, 할머니가 되고, 또 가까운 사촌이 되기도 한다.
집안에 큰 일이 생겼을 때에도 가까운 이웃 덕에 더없이 든든하다고 한다. 때문에 이런 가족적인 분위기가 좋아 다른 곳으로 이사할 기회가 생겨도 아이를 생각해 그냥 눌러앉아 버린단다.
농담처럼 가볍게 이야기 하지만 그 안에는 도서관과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다.

/미/니/인/터/뷰/

유경하 회장
유경하 회장
“협소한 공간 늘려
더 많은 주민 혜택 받았으면…”

도서관 운영을 위해 봉사해 주시는 회원들에게 우선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지금까지도 잘 해 주셨지만 신생 단계이니 만큼 자만하지 않고 전문적인 체계를 갖춰 나갈 수 있도록 함께 힘써 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개인적인 바람이 더 있다면 도서관에 대한 지원이 확대돼 양질의 도서를 다량 구비하고 협소한 공간을 늘려 좀 더 많은 주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오늘 우리의 작은 출발이 먼 미래에 더 큰 결실로 돌아올 것임을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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