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 산악회
야-호 산악회
  • 정선옥
  • 승인 2009.11.16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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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얻는 모든 것, 언젠가는 반드시 돌려줘야 할 빚


많은 이들이 등산을 인생에 비유한다. 정상은 너무도 평온하지만 정상에 오르기까지 만나게 되는 험난한 길, 때로 평탄한 길을 만나기도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산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산사람은 겸손을 배운다. 그 모든 과정이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연화봉 철쭉의 황홀경에 빼앗긴 마음 지금까지
진천에 아직 산악회라는 이름조차도 드물던 지난 1992년, 그냥 산이 좋은 사람들이 모여 등산을 시작했다.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찾아온 73명이 뭉쳐 처음 떠난 5월의 소백산 연화봉엔 화려한 철쭉이 한창이었다. 그 황홀경에 마음을 빼앗겨 지금까지 산행을 그만두지 못하는 이들이다.
야-호 산악회는 16년의 긴 역사만큼이나 강도 높은 산행으로도 유명하다. 미리 산행 코스를 꼼꼼히 체크하고 철저하게 계획을 세운다. 처음 6년간은 월 2회의 산행을 원칙으로 했으나 지금은 1회로 줄였다. 대신 지난 7월부터 별도로 토요산악회를 꾸려 인근의 괴산 35대 명산을 등반하고 있다. 괴산군의 경우 내륙지방답게 바위가 절경이란다. 로프를 이용한 암벽등반도 야-호 산악회 회원들에겐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지난 1995년 2박 3일간의 지리산 종주를 기억하면 아직도 가슴이 설레는 이들이다. 하루 12시간 이상의 강행군에 중간에 만난 대학생들이 “존경합니다, 부럽습니다”라며 환호를 해주더란다.

사시사철 여심을 유혹하는 풍경
삼천리강산이 사시사철 어느 한 순간 아름답지 않은 때가 있으랴마는 저마다의 개성이 뚜렷해 봄이면 연분홍 빛 진달래가 융단처럼 깔리는 여수의 영취산이 일품이요, 철쭉이 흐드러지게 피는 소백산, 천주산, 한라산, 지리산 역시 여심을 빼앗기에 충분하다. 계곡산행 위주의 여름산행이 끝나면 단풍을 쫓아 내장산으로 설악산으로 발걸음을 옮고 억새가 융단처럼 깔리는 명성산, 화왕산, 민둥산에 올라 바람을 만끽하지만 그래도 역시 회원들은 단연코 겨울산의 눈부심을 백미로 꼽는다. 굳이 높은 산을 오르지 않아도 대관령, 선자령으로 겨울산행을 훌쩍 떠나곤 한다. 신년맞이 해돋이도 좋지만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설경은 보는 이의 가슴을 벅차게 한다.
평소에도 정보 수집을 게을리 하지 않아 지역축제나 관광지를 경유한 등산을 계획하곤 하지만 결코 높고 이름 난 산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지역주민들을 위해 회원들은 주말을 이용한 가벼운 등산코스로 만뢰산, 두타산, 환희산, 양천산을 추천한다. 고개만 돌리면 주위에 이렇게 훌륭한 등산코스가 있음을 커다란 축복이라고 이야기한다.

통일의 염원 간절했던 100회 기념 백두산 등반
어느새 산행은 300회를 훌쩍 넘어 400회를 앞두고 있다. 이미 국내의 이름난 400대 명산을 거의 섭렵했을 정도니 전문 산악인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이들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등반 이야기를 청하자 화자는 갑자기 숙연해졌다.
지난 1996년 100회 등반을 기념해 계획했던 백두산 등반. 숨이 턱턱 막히도록 높은 산길을 올라 천지에 다다랐을 때 느꼈던 그 뭉클함. 그리고 그 서운함. 내 나라 내 땅인데 이렇게 멀리 돌아서 와야 했는지. 백두산 정상에 서서 가슴 벅차도록 아름다운 천지의 깊이만큼 회원들은 아픔을 느꼈다고 한다. 북한을 통해서만 왔어도 이렇게까지 서운하지는 않을 텐데 하는 생각에 너나없이 목이 메었다고 한다. 400회 기념 등반 때에는 육로를 통해 백두산을 오를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회원들의 간절한 소망이란다.

산이 준 사랑, 사람이 갚아야 할 빚
야-호 산악회는 진천군자원봉사센터에 산사랑이라는 단체로 등록되어 있다. 평소 센터에서 하는 행사에 많은 지원을 하지만 다른 단체와 달리 산사랑이 하는 일이 있다. 관내에 있는 산을 찾아 정화활동을 펼치고 이정표가 없는 곳을 찾아 설치를 건의한다. 산을 통해 얻은 적지 않은 인생의 지혜를 조금이나마 갚는다는 기분으로 하는 일이다. 최근 부쩍 늘어난 등산인구가 반가운 일이긴 하지만 그와 더불어 오염되는 산이 안타까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살면서 얻는 모든 것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돌려줘야 하는 빚임을 알아야 함을 이들은 강조한다.

산으로 맺어진 인연, 산처럼 굳센 인연으로
초창기 어렵게 산행을 하던 시절, 지금이야 핸드폰이 그 자리를 대신하지만 후발대와의 연락을 위해 들고 다녔던 무거운 무전기가 그립다는 회원들은 단체의 이력만큼 중후한 나이가 되었다. 이제 40대에서 70대까지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51명 정원으로 지원자가 많아 몇 년씩 기다려야 한다.
지금도 평균 여섯시간 이상의 산행을 하지만 요즘은 휴양림이 있는 산을 선호하는 편이다. 긴 산행을 힘들어 하는 회원들을 위한 배려다. 서로의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된 회원들은 이제 친동기간이나 다름없이 지낸다. 산행에서 가장 나중에 무거운 과일을 꺼내는 개인의 희생과 배려로 이들 사이의 인연은 산처럼 굳다.


/미/니/인/터/뷰/

김말분 회장
김말분 회장
하루하루 더 성장하는 야-호 산악회 만들터


회원들 간의 배려와 단합이 없다면 안전한 산행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산이 좋아 산행을 목적으로 모인 단체지만 우리는 그 이상의 것을 얻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언제나 절 믿고 지지해 주는 회원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우리 야-호 산악회가 하루하루 더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누구보다 저의 힘이 되어주는 남편, 든든한 아들, 사려 깊은 며느리에게도 고맙다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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