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다섯번째 칭찬주인공)이재철 진천군 지역아동센터 연합회장
(서른다섯번째 칭찬주인공)이재철 진천군 지역아동센터 연합회장
  • 정선옥
  • 승인 2009.12.25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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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기회만큼은 모든 아이들이 동등한 출발선에 설 수 있어야죠”


사랑나눔 지역아동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이들 몇이 달려와 낭랑한 목소리로 반갑게 인사한다. 밝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센터의 분위기를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구석에서 이재철 센터장과 머리를 맞대고 소곤거리던 아이의 굳었던 표정이 무슨 마법을 썼는지 금세 밝아진다. 여수 출신의 그가 직장을 따라 진천에 정착한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그 중 사랑나눔 지역아동센터에서 보낸 시간이 3년이요, 현재는 진천군 지역아동센터연합회장직을 맡고 있다.

돈이 되는 직업도, 일신이 편한 직업도, 명예가 주어지는 일도 아닌데 정작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3년이란 시간을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온 그에게 후회는 없는지를 물었다. “후회요? 사실 힘들죠. 아이들로 인해 얻는 보람과 기쁨도 크지만 아이들로 인해 얻는 상처도 크거든요. 하지만 이 길을 선택한 걸 묻는 질문이라면 10년 뒤에 답을 드리겠습니다” 그는 아이들의 성장을 열매에 비유한다. 당장 눈앞에 나타나는 결과물이 아닌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정성을 들여 그 나무가 자라 얼마만큼 튼실한 열매를 맺는가에 따라 자신이 한 일의 성패를 가늠할 수 있겠단다. 만족할 수 있는 열매라면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그의 이런 교육자적인 철학은 단시간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다니던 교회의 고등부 교사직을 맡으면서 소위 문제아라 불리던 학생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면서 점차 변화하는 그를 보고는 '이 길이 내 길이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던 때가 있단다. 그 때의 감동이 그를 다시 이 자리에 불러 세웠을지도 모른다.

그를 도와 지역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네 분의 선생님과 그의 꿈은 그들의 노력으로 아이들의 삶이 더 풍성해지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다. 이곳에 오는 아이들이 절절한 사연 하나 없는 아이가 없지만 작은 가슴에 생긴 무거운 상처를 도려내고 새 살을 돋게 해 주는 것이 자신들과 지역사회의 역할이라고 이 센터장은 이야기 한다.

아침 10시에 출근해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면 두 시나 되어서야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센터 안으로 물밀듯이 몰려온다. 센터의 역할이 비단 보호자가 없는 시간대에 아이들을 맡아주고 학습지도를 해 주는 것만은 아니다. 조손가정이나 결손가정이 많은 지역아동센터의 특성상 아이들에게는 보호와 지도는 물론 정서적 안정을 돕는 역할까지 해야 하는 형편이다. 이곳의 아이들을 위해 준비되었던 5주 과정의 집단상담 프로그램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아이들을 많이 변화시켰다. 실상 이런 전문적인 프로그램이 진작 있었어야 하지만 아동들을 위한 지역사회의 배려는 아쉽기만 하다. 센터의 직원이든 자원봉사를 나온 봉사자든 이들의 가장 큰 기쁨이라면 아이들이 자신의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 자존감을 찾고 세상을 향해 당당히 어깨를 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지역아동센터가 아직까지는 농촌지역의 아이들에게 가장 주효한 서비스임을 강조한다. 센터 프로그램이 교과부와 사회단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과 중복되는 영역이 많지만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직접 발굴하는 아동을 돌보는 경우가 대다수고 실질적으로 저녁 늦게까지 아이들이 보살핌을 받을 수 없는 가정의 아이들도 적지 않다. 이를 보는 센터 식구들의 생각은 이런 복합적인 서비스가 지역사회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지역아동센터에서 하고 있는 아동 돌봄서비스는 이제까지 공공서비스에서는 시도하지 못했던 사업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 문제는 가정만의 문제로 국한시키는 경향이 많다. 이제 이 센터장은 “미래를 생각한다면 아동복지에 마음을 열고 교육에 투자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자녀의 교육을 위해 여건만 된다면 대도시로 이사를 가는 요즘 추세에 교육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역이 살 수 없음을 지적한다.

그는 “동네가 아이를 가르친다”는 모델을 만들고 싶단다. '진천교육'이 '강남교육' 부럽지 않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교육자로서의 또 다른 욕심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의 질 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모든 아이들이 동질의 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사람도 소외되는 아이 없이 모든 아이들이 적어도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동일선상에서 출발할 수 있는 여건을 지역사회가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이재철 센터장의 욕심이라면 욕심이지만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될 현실이기도 하다. 교육기관과 사회복지기관이 좀 더 체계적인 네트워크를 구성해 지역에 있는 인적 자원들을 십분 활용한다면 굳이 대도시에 나가지 않고도, 힘들게 선생님을 모시고 오지 않아도, 얼마든지 지역에서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워낼 수 있다고 자신한다.

이야기 하는 동안 내내 반짝이는 그의 눈빛을 보면서 이 사람이 가진 열정이라면 아무리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아이들을 튼실한 열매로 키워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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