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산면 용몽리 묘봉妙峰
덕산면 용몽리 묘봉妙峰
  • 정선옥
  • 승인 2010.03.15 13: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랜 세월, 서로 보듬고 살아 온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마을을 존속시켜 온 근간”


한 마을의 이름은 그 지역의 특색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표현이기도 하다. 묘봉은 우선 독특한 마을 이름부터가 '도대체 어떤 마을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덕산면 소재지를 지나 5분도 못돼 도착한 마을은 묘봉골이라는 이름이 주는 한적함이나 옛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평범한 농촌마을로, 한 눈에도 활기차고 기름진 땅엔 풍요로움이 흘렀다.
잘 지어진 마을회관 앞에서 어르신 한 분을 붙들고 다짜고짜 마을 이름이 왜 묘봉인지를 물었더니 껄껄 웃으시며 단지 뒷산이 묘하게 생겨서 마을 이름까지 묘봉이 되었단다. 객을 청하는 어르신의 유쾌한 웃음소리를 따라 끌리듯 마을회관으로 들어서니 마침 동네 큰 잔치에 손길이 분주하던 마을 부녀자들이 허물없는 웃음을 건넨다.

◐ 백사봉 하얀 모래언덕에서 유래한 묘봉골
마을 북동쪽에 위치한 백봉산엔 백사봉(白砂峰)이라는 기묘하게 생긴 모래언덕이 있었다. 산 한가운데 모래가 솟은 기이한 생김새도 그러하지만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절대 무너지는 법이 없고 모래가 많아 멀리서 보면 온통 산이 하얗게 보여 묘한 봉우리라 불리던 것이 마을 이름까지 묘봉골이 된 것이다.
백봉산엔 지금은 베어지고 없지만 불과 수십 년 전 까지만 해도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져 산 속이 컴컴했을 정도로 거대한 참나무가 있었을 만큼 인근에서는 개중 높은 산에 속한다. 기억을 더듬어 어르신들이 들려준 이야기 속엔, 옛날 우연히 새끼 호랑이를 발견한 동네 주민이 집 앞마당에서 호랑이를 키워 밤마다 어미 호랑이가 산에서 내려와 새끼를 보고 갔다는 전설 같은 일도 있다.

◐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지키는 마을
묘봉마을에는 약 300여 년 전부터 평강 채씨, 달성 서씨, 김해 김씨들이 대성을 이루고 살아왔다. 예전에야 50호가 넘던 큰 마을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고향을 등진 이들이 많아 지금은 서른 세 가구만이 집안 식구처럼 살갑게 지내고 있다. 낯선 객을 허물없이 집안으로 초대하는 여유와 인심은 오랜 세월을 서로 보듬고 살아 온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바로 이런 부대낌이 수백 년 간 마을을 존속시켜 온 근간이 되었을 터였다.
가구 수가 적다지만 상조회가 활성화 되어 있어 마을에 애경사가 있을 때면 타지에 나가 생활하는 이들까지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하기 위해 고향 땅을 밟는다. 한 고장에서 나고 자란 이들 사이의 유대감은 핏줄을 나눈 형제 그 이상인 것이다.

◐ 어르신들도 일손을 놓지 않는 타고난 성실함과 근면함
묘봉마을 인근은 마을 뒤의 백봉산과 야트막한 구릉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평지다. 덕분에 경지율이 높아 구릉지대에서 재배하는 고추나 콩, 옥수수, 과수를 제외한다면 쌀이 이 지역의 대표적인 주 생산품목이라고 볼 수 있다. 각각의 농사도 제법 규모가 있고, 최근에는 덕산의 명물인 꿀수박 재배 농가가 늘어 농가에 고소득을 보장해 주고 있다.
주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는 이 마을이 잘 사는 마을로 소문이 난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어르신들도 일손을 놓지 않는 주민들의 타고난 성실함과 근면함이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비옥한 토양과 풍부한 일조량이 한 몫을 하고 있다.
근처에 높은 산이 없어 사방 어디에서든 볕이 잘 드는 덕에 이 지역에서 나는 곡식은 알이 꽉 차고 그 맛이 달기로도 소문이 나 사철 자식처럼 작물을 키우는 농심을 뿌듯하게 한다.
도회지로 나가야 잘 산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속단에 우려를 나타내는 마을 사람들은 이제 농촌에서도 얼마든지 부농의 꿈을 키우고, 더불어 쾌적하고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 갖출 것은 다 갖춘 살기 좋은 묘봉마을
마을의 숙원사업을 묻자 이룰 것은 다 이뤘다는 주민들의 대답이 시원스럽다. 진입로 포장이니, 농로 포장이니, 숙원사업이던 마을회관 건립까지 더 필요한 것이 없을 만큼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입에 침이 마른다. 게다가 면 소재지에서 서는 장도 걸어서 10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여서 일상생활에도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
그러나 살기가 좋다는 말이 비단 외적으로 보이는 것에만 쓸 수 있는 표현은 아닌 것 같다. 마을회관 건립 시에도 더 나은 공동체생활을 위해 주민들이 거금을 출연했었다. 개개인의 생활도 중요하지만 한 마을이라는 공동체의식은 나만이 아닌 우리가 잘 살아야 나도 행복할 수 있음을 아는 까닭이다.

◐ 아련한 향수가 느껴지는 마을
참외서리 하러 다니던 좁은 들길이 이제는 농기계가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넓어지고, 가마타고 울면서 시집오던 가파른 고갯길도 잘 닦여 옛날의 정취는 남아있지 않지만 아직까지 어르신들의 기억 속엔 그 시절의 일이 어제일 같기만 하다.
집집마다 상수도가 설치되어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불과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마을 사람들이 식수로 사용하던 아랫샘이 지금도 마을 앞에 자리하고 있다. 처음 동네가 생겼을 때부터 이곳에 있었다는 마을의 터줏대감 같은 이 샘물은 아무리 추운 날씨에도 어는 법이 없어 사철 마을 사람들의 식수로, 생활용수로 쓰였다.
뜨거운 여름, 힘든 농사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시는 시원하고 달디 단 이 샘물 한 모금이면 하루의 노곤함이 씻겨 나갔다. 언젠가는 이 우물을 복원해 옛 정취를 느껴보고 싶은 것이 주민들의 소소한 바람이다.

◐ 건강한 노년은 묘봉마을에서
건강한 노후를 보내고 싶다면 노년기의 안식처로 묘봉마을을 추천한다. 이 마을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노인들은 술·담배를 하지 않는다. 건강한 노년을 위해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이다. 미처 끊지 못한 젊은이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담배를 피우는 이를 만나기 어렵고, 마을에 큰 잔치나 벌어져야 잔칫상에 술잔이 오르지만 그마저도 반주 수준이다. 그래서인지 마을 어르신들의 얼굴색이 촌로답지 않게 뽀얗고 건강해 뵌다.
농한기를 제외하고는 일손을 놓는 법이 없으니 당연히 건강함은 기본이지만 그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어르신들이 모여 모래봉까지 2㎞ 거리를 걷는다. 걷기 운동을 하면서 도란도란 농사 이야기며 마을 이야기며 집안 이야기를 풀어놓다 보니 흔한 말로 누구네 집 수저가 몇 벌인지도 알 지경이다. 이곳에서 태어났건, 멀리서 가마 타고 시집을 왔건 덕분에 마을엔 언제나 활기가 넘치고 사람 사는 정이 물씬하다.

/우/리/동/네/사/람/들/

서범석 이장
서범석 이장
“살기 좋은 마을 환경과 넉넉한 인심이 마을의 자랑”

“무엇보다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하는 것이 저와 주민들의 가장 큰 바람입니다”
올해로 13년째 마을의 이장을 맡고 있는 서범석 이장은 살기 좋은 마을 환경과 넉넉한 인심이 마을의 자랑이란다.
마을 주민들이 한 가족처럼 지내는 묘봉마을은 지난해 준공한 마을 회관 건립에도 큰돈을 추렴해 기부했었다. 서 이장은 이 일이 자신뿐만 아니라 마을 사람들 모두가 자부심을 갖는 일이라고 이야기한다.
마을 숙원사업은 다 이뤘다는 서 이장은 이제는 마을에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북적이는 동네가 되는 것이 개인적인 바람이라며 마을 자랑에 여념이 없다.
단지 어리기 때문에 이장을 한다고 겸손해 하는 서 이장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마을을 위해 헌신해 온 그의 헌신과 능력으로 이만큼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김용택 노인회장
김용택 노인회장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감사”

“마을 발전을 위해 뛰는 이장을 도와 함께 일 할 겁니다”
점촌이 고향이라는 김용택 노인회장은 묘봉이 제2의 고향이지만 오히려 태어난 곳보다 더 정이 가는 곳이라고 이야기한다. 조용한 동네이면서도 시내가 가까워 보건소나 병원, 면사무소 같은 편의시설을 이용하기도 쉬워 이보다 살기 좋은 곳이 없다며 마을의 발전을 위해 노인회에서도 적극 참여할 것이란다.
인근의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 층이 많아 동네 일이 수월하다며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는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박종애 부녀회장
박종애 부녀회장
“어르신들의 건강이 마을을 지키는 힘”

“어르신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있어서 마을 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하지만 무엇보다 마을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사셨으면 한단다. 마을 어르신들이 워낙 점잖고 부지런하셔서 젊은이들에게 귀감이 된다며 오늘 우리가 이만큼 살기까지 어르신들이 흘린 땀의 가치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근에 이만큼 살기 좋은 마을도 없을 것이라며 자랑하는 부녀회장의 마을 자랑에 함께 일하던 부녀회원들도 이구동성이다.


장기범 새마을지도자
장기범 새마을지도자
“인구 유입으로 마을이 더 성장하는 것이 바람”

“묘봉마을은 정말 살기 좋은 마을입니다”
도로 확장이나 농로 포장, 상하수도 시설, 마을회관 건립 등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장기범 새마을지도자는 주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오늘 날 마을이 이만큼 살기좋은 고장이 되었다고 말한다.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 와 마을이 지금보다 더 성장했으면 하는 것이란다.
언제나 마을을 위해 헌신하는 서 이장을 도와 마을 발전을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다며 덧붙여 마을 어르신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셨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