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여섯번째 칭찬주인공)정대숙 오갑보건진료소장
(마흔여섯번째 칭찬주인공)정대숙 오갑보건진료소장
  • 정선옥
  • 승인 2010.09.16 14: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몸에 난 상처 뿐만 아니라 마음에 난 상처까지 치유하는 할머니의 약손

초평면 오갑리 영주원마을에 위치한 오갑보건진료소는 인근 석탄, 원대, 영주원, 영신, 마두 5개 마을 주민들이 보다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본시 진료소의 역할이라는 것이 지역주민들의 건강상태를 확인, 발견, 관리하는 국가 의료전달 체계상의 관문이지만 오갑보건진료소는 주민들에게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이 보건진료소가 특별한 이유는 이곳에 바로 정대숙 소장이 있기 때문이다.

줄곧 병원생활만 하던 정 소장이 고향인 청주를 떠나 오갑보건진료소로 온 건 지난 2006년의 일이다. 길다면 길수도, 짧다면 짧을 수도 있는 이 기간에 정 소장은 원주민 보다 더 원주민 같은 사람이 되었다.

진료소 앞마당에 들어서자 잘 손질된 아담한 화단과 마을 주민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파라솔이 내방객을 맞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주인의 손길을 제법 탄 듯 가정집마냥 편안하고 아기자기하게 꾸며 놓은 진료소 내부가 정겹다.

정 소장은 주민들이 자주,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려 애쓴다. 덕분에 진료소는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굳이 진료가 목적이 아니더라도 누구든지 편안한 마음으로 들러 차를 마시고, 수다도 떨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혈압을 체크하는 것이 일상이다. 게다가 정 소장이 건강에 좋다며 권하는 물 한 컵까지 마시면 컨디션이 금세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관리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어떤 음식이 몸에 어떻게 좋다더라, 요즘엔 이런 운동이 유행이더라, 뭐가 몸에 해롭더라는 등의 건강정보가 자연스럽게 오간다. 거기다 어디 사는 누가 아프다거나, 누구 엄마가 둘째를 가졌다거나, 누구는 큰아들네로 합쳤다던가 하는 마을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오간다. 이렇게 얻어지는 정보는 정 소장이 주민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물론 이런 사랑방 시스템은 진료소 입장에서도 주민들에게 건강정보를 제공하는 데 용이하다.

농한기가 되면 진료소는 환자들로 시끌벅적하다. 환자가 몰리다 보니 일손이 부족할 법도 하지만 오갑보건진료소에는 번잡함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이미 고령인 환자들이 많은 지역 특성상 방문보건사업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출장이 잦은 정 소장이, 자신의 부재 시에도 주민들이 찜질 같은 간단한 처치를 할 수 있도록 사전교육을 통해 철저한 자기관리 시스템이 이루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이 같은 편안한 분위기의 진료소가 저절로 생겨난 것은 아니다.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서고, 손을 내밀고, 마음을 열고 동화되려는 정 소장의 지난 4년간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정 소장은 끊임없이 주민들과 소통하려 노력한다. 마을 일이라면 팔을 걷어 부치고 참여하는 정 소장은 원래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왔던 듯 너무도 자연스럽다. 일을 찾아서 하는 성격인데다 원래 사람을 좋아하는 그인지라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일'을 만들기 좋아한다. 그래서 주민들이 붙여준 별칭이 '아이디어뱅크'다.

이렇게 형성된 긴밀한 유대감은 주민들의 보건진료소 건강증진 프로그램에 적극적인 동참으로 이어진다. 겨울철마다 실시했던 걷기운동은 이제 한여름에도 저녁 시간대를 이용해 이루어지고 있다. 건강체조 역시 마을회관이 비좁을 만큼 호응이 좋다. 농한기에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문화교실 프로그램 역시 인근에 소문이 날 만큼 활성화가 되어 있다.

오늘도 하얀 가운을 입고 진료가방을 챙겨든 채 총총히 진료소를 나서는 정대숙 소장. 굳이 다른 말을 하지 않아도 문진을 위해 마주하게 되면 우선 활짝 웃는 그녀의 밝은 표정에 벌써 아픈 곳이 반쯤은 나아버린다.

예전에 가야금 명인 황병기 선생이 명상음악을 선보이면서 이런 이야길 했었다. “사람의 병은 마음을 놓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라고. 결국 몸의 병도 마음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주민들에게 언제나 웃는 얼굴, 행복한 마음을 강조하는 정 소장은 몸에 난 상처뿐만 아니라 마음의 상처까지 치유하는 '할머니의 약손' 같은 존재다. 도회지의 큰 병원보다 더 의지가 된다고 하니 진료소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한결같이 “우리 소장님이 최고”를 외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