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은혜 진천군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추은혜 진천군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 정선옥
  • 승인 2010.10.11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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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는 우산을 같이 쓰는 것이지 우산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 ”


후덥지근한 날씨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추은혜 국장은 늘 그렇듯 여전히 웃는 낯이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참 만나기 어려운 사람인지라 며칠을 별러 기어코 차 한 잔을 청했다.

추은혜 국장이 진천군 자원봉사센터의 살림을 맡은 지 벌써 햇수로 3년. 그 3년 동안 센터에 등록된 자원봉사자만도 3배 가까이 늘어 9,500명에 육박하고, 함께 하는 230개 단체에 수혜자 역시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자원봉사 붐'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많은 이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한 사람 두 사람 자발적으로 손을 내미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 사이 추 국장이 꼽는 가장 큰 변화는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의 변화다. 자원봉사자의 존재 가치를 인정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자신의 것을 이웃과 함께 나누는 일이 자연스러워졌다. 이제 자원봉사센터는 지역에 없어서는 안 될 소금 같은 존재가 되었다.

2001년 사회복지사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청주서부종합사회복지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세하직업훈련원, 단양지역자활센터, 단양군사회복지협의회를 거쳐 2008년 진천군자원봉사센터에 이르기까지 사회복지사로서의 삶도 결코 짧지 않은 그녀가 이 길로 접어든 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교육청에 근무하던 남편이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있을 때 추 국장 가족에게 큰 힘이 돼 준 이가 당시 면사무소에 근무하던 사회복지사였다. 3년이라는 힘겨운 시간을 보내면서 부부에게는 세상을 보는 새로운 눈이 생기고 세상을 사는 특별한 의미가 생겼다. 부부는 오랜 대화 끝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남편이 병중에 사회복지 공부를 시작했고 뒤이어 추 국장이 합류해 부부는 사회복지사의 길에 들어섰다.

일을 하다가도 문득문득 남편이 생각난다는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이 역시 남편이란다. 가장 힘겨웠던 순간에도 가족에 대한 사랑으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남편은 지금도 아내의 말을 가장 많이 들어주는 이해심 많은 친구이자, 가장 든든한 지지자이다. 고향인 단양을 떠나 이곳으로 온 이유 역시 진천을 고향으로 둔 남편 때문이다. 결혼 후 먼저 진천에 정착한 남편을 따라 2008년 1월, 주말부부 생활을 끝내고 진천 사람이 되었다.

남을 도울 수 있는 건강한 신체를 가진 것만 해도 커다란 축복이라는 그녀는 “자원봉사는 우산을 같이 쓰는 것이지 우산을 빌려주는 것이 아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그것이 노동력이든 재능이든 내가 가진 것을 이웃에게 나눠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찬 행복이자 충만한 기쁨인 것이다.

그런 추 국장의 마음을 헤아리기라도 하듯 매일 밤늦게 퇴근하고, 주말도 없이 일하는 엄마에게 큰 딸 혜리와 작은 아들 상우는 불평 한 마디가 없다. 추 국장이 힘들어 하는 내색이라도 할라치면 오히려 웃으며 일하는 엄마가 좋다고 다독여 준다. 종종 센터에 와서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본 아들 상우는 꿈이 자원봉사센터에서 근무하는 경찰관이란다. 7살 어린 나이지만 그만큼 엄마와 엄마의 직업에 대한 이해와 자부심이 남다르다. 추 국장은 이런 아이들에게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아토피로 고통 받는 큰 딸을 위해 천연비누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그녀는 환경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센터 내에서 환경운동가로 통하는 그녀가 생각하는 환경운동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 집 앞 청소로 깨끗한 환경을 만들고, 철저한 분리수거로 자원낭비를 막고, 천연세제를 이용해 수질오염을 줄이는 작은 실천으로 지구를 지킬 수 있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실천하는 그녀다.

추 국장은 자신이 가진 지식을 자원봉사센터로 가져왔다. 얼핏 자원봉사와 환경운동 사이에 상당한 이질감이 있어 보이지만 이 둘은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현재 센터에서는 EM세제와 EM흙공, 천연비누 만들기 등의 환경관련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생활 속에서 실천 가능한 환경운동 보급과 수익사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물론, 자원봉사자들이 지속적으로 센터와 소통하고 교류하게끔 하는 역할을 한다.

이제는 수혜자만이 만족하는 자원봉사가 아닌 봉사자도 함께 만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돼야 한다는 것이 추 국장의 지론이다. 봉사자가 즐겁게 봉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센터의 역할인 것이다.

자원봉사센터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자원봉사자를 양성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해 수혜자와 봉사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라는 간단명료한 답을 내놓는 그녀지만 요즘 자원봉사센터의 역할론에 대한 고민이 크다. 어디서 어디까지가 자원봉사센터가 할 일인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다. 센터의 성격상 다양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지관과는 사뭇 달라 자원봉사자에게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가급적 끝까지 함께 가려 노력하지만 어느 순간 그 손을 놓아야 할 때가 가장 곤혹스러운 그들이다.

오랫동안 몸담고 일해 온 자원봉사센터는 아니지만 추 국장은 그 어떤 곳에서 보다도 이곳이 즐겁다고 한다. 마음이 열린 사람들이 찾는 센터이다 보니 그들을 대하면서 그들에게서 얻는 것이 더 크다.

'자봉이벤트'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센터 직원들은 현장에서 짐 나르고 천막 치는 일에 능숙하다. 지금이야 알아보는 이들이 많아 멀리서도 달려와 도움을 주지만 초창기 자원봉사센터를 알리기 위해 몸으로 뛰던, 추 국장 표현으로 '오지랖 넓은 직원들'과 늘 자원봉사의 손길을 멈추지 않는 봉사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진천군자원봉사센터가 존재함을 강조하는 추은혜 국장 역시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될 굵고 단단한 소금 알갱이 같은 사람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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